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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위스키 "글렌모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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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885회 작성일 26-05-05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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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모렌지 역사는 1843년 윌리엄 매더슨이 스코틀랜드 테인 지역의 맥주 양조장을 증류소로 개조하면서 시작됐다. 설립 초기에 자본이 부족했던 매더슨은 비용 절감을 위해 중고 진(Gin) 증류기 2대를 사왔는데, 이것이 글렌모렌지만의 독보적인 정체성을 만드는 신의 한 수가 됐다. 당시 들여온 진 증류기가 일반적인 위스키 증류기보다 목이 훨씬 길었기 때문이다.
현재 글렌모렌지가 보유한 증류기의 목 길이는 5.14m에 달하며, 이는 스코틀랜드 전체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증류 과정에서 무거운 알코올 증기는 걸러지고, 가장 가볍고 순수한 증기만 기린의 키와 맞먹는 증류기를 통과한다. 이러한 물리적 특성을 통해 글렌모렌지 특유의 섬세하고 화사한 꽃향기가 완성될 수 있었다. 이후 1918년 맥도널드 앤드 뮤어가 증류소를 인수했고, 약 90년간 가문 중심의 독립 경영 체제를 유지하며 명성을 쌓아왔다.
LVMH는 세간의 우려를 잠재우기라도 하듯이 자신들만의 명품 경영 노하우를 글렌모렌지에 이식하기 시작했다. 우선 이국적인 네이밍 전략을 구사했다. 과거 ‘셰리 피니시’와 같이 직관적이지만 투박했던 이름 대신, LVMH는 다양한 언어를 조합해 명품 향수나 패션 라인을 연상케 하는 명칭을 제품 라인업에 전격 도입했다. 특히 프랑스어로 ‘황금빛 신의 음료’를 뜻하는 ‘넥타 도르(Nectar d’Or)’, 열정을 뜻하는 게일어 ‘라산타(Lasanta)’나 벨벳 같은 부드러움을 의미하는 ‘퀸타 루반(Quinta Ruban)’ 등이 대표적이다.

병 디자인도 탈바꿈했다. 인체 곡선처럼 우아하게 리모델링해 시각적 품격을 높인 것이다. 특히 2022년 단행된 리브랜딩에서는 원색을 과감하게 사용하고 브랜드 명칭을 네 줄로 나눠 표기하는 등 기존 위스키업계의 보수적인 디자인 문법을 완전히 파괴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저가 상품을 없애고, 기존 제품 숙성 기간을 늘리는 고급화 전략도 도입했다. 슈퍼마켓에 납품되던 자체 브랜드(PB) 저가 원액 공급을 2009년에 모두 멈추고, 핵심 라인업의 숙성 기간을 늘렸다. 대표 제품을 10년에서 12년으로 상향 조정했으며, 여타 제품 역시 2년씩 연수를 높였다. 또 위스키계의 ‘매드 사이언티스트’로 불리는 빌 럼스던 박사의 전두지휘 아래 전면이 유리벽으로 된 실험 증류소 ‘라이트 하우스’를 완공했다. 이곳에서는 야생 효모나 비전통 곡물을 활용한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위스키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인수 전인 2002년과 비교해 2022년 매출은 2.5배, 영업이익은 5.6배 늘어났다.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의 프리미엄 전략으로 이익률 역시 2002년 14.1%에서 31.5%까지 치솟았다. 전형적인 럭셔리 비즈니스 모델 적용이 성공했음을 보여준다.

대표 상품인 글렌모렌지 12년의 맛과 향은 우아함을 추구한다. 오렌지와 꿀, 바닐라가 서로 어우러진 듯한 크리미한 질감은 위스키 입문자부터 숙련된 전문가까지 글렌모렌지만의 개성을 느끼게 한다. 섬세한 맛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승부하면서 소비층 역시 전통적인 위스키 소비자인 중장년 남성에서 MZ세대와 여성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실험성이 위스키 정통성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팬들에게 설득력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글로벌 경기 불황 국면에서 프리미엄 전략이 지금 같은 성장세를 이끌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